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Romance Language 로맨스 언어 / 로망스어 리뷰 뉴욕 연극


연극 시놉시스를 딱 보고 든 생각이 '그래도 뉴욕에서 하는 연극인데 이게 전부는 아닐거야, 그지?'였다. 
그렇지만 내가 기대가 너무 컸나보다. 

내용은 매우 간단하다. 뉴욕 부촌에 사는 한 미망인이 드디어 남편의 죽음 3년 만에 활기를 찾게 된다. 그녀의 비결은 다름 아닌 이탈리아어 (로망스어 계통) 개인 교습을 받는 것이다. 그 것도 매우 잘생기고 자기 나이의 절반 정도 밖에 안 된 이탈리아 남자에게. (딱 미국인 여자들이 상상하는 그런 이미지의 이탈리아계 배우를 쓴 것 같더라.) 그런데 어째 이 이탈리아 선생이 이탈리아어만 가르치는게 아니라 점점 이성적으로 접근해온다. 변호사인 딸은 그걸 보고 이 남자가 진정 자기 엄마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돈과 미국 시민권을 보고 그러는 것인가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.

딱 이 이야기다. 더도 덜도 없고. 
아니나 다를까 이 희곡을 쓴 작가는 백인이었다. 남자라는 점은 다소 놀라웠는데, 다시 생각해보니 백인 남자니 이렇게 여성 캐릭터들을 단편화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그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. 물론 백인 남자 작가라고 해서 다들 성이나 인종 재현에 문제적인 건 아니지만, 그런 경우가 왕왕있다. 

제목은 로망스어 계통인 이탈리아어를 배우다가 로맨스에 빠지게 된다는 언어 유희인데 뭐 그다지 참신하지도 않고 미적으로 우수하지도 않고. 그냥저냥.

전혀 시사점이 없는 연극인데다가, 관객을 이탈리아어로 웃기려고 하는 게 절실히 보이는 대본인데, 전혀 효과적이지가 않았다.그래도 뭔가 방청객 알바처럼 간 거라 열심히 웃어주고 호응해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너어무 안 웃겨서. 노오력이 부족했냐 하면 그건 모르겠고, 그냥 작가가 재능이 부족한 듯. "그러는 너는 얼마나 글빨이 좋은데?"하면 사실 할 말이 없다. 그래도 지향점을 달리 둬 보겠다, 뭐 이런거지.

칭찬해줄 만한 게 하나도 없었다. 이걸 과연 75불 주고 보고 싶을지... 나야 운 좋게 공짜로 봤지만, 그러고도 시간이 아깝단 생각이 들 정도였다. 그나마 인터미션 없이 85분 공연해줘서 감사했다. 하자마자 튀쳐나올 수 있었으니. 3시간 공연이었으면 정말 인터미션에 도망가고 싶었을 것 같다. 

배우들도 알거다. 이 작품이 그리 좋은 작품이 아니란 걸. 얼마나 민망할까. 그래도 돈벌이를 해야하니 출연했겠지. 씁쓸하다. 뭐 셋 다 그렇게 연기를 잘 하는 편도 아니었다. 

이런 영양가도 없고 재미도 없는 연극을 왜 시간 투자, 돈 투자해서 제작했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. 아 물론 뉴욕 부촌의 일부 여성분들께서는 이걸 보고 이탈리아 남자에 대한 환상을 더 가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. 어짜피 뉴욕 관객층이야 워낙 백인 노년층 여성, 특히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분들이 대다수이니 그 분들에겐 먹힐지도 모르겠다. 그런데 이런 걸 굳이 '연극'으로 제작해야 하나, 그건 정말 잘 모르겠다. 이런 거 볼거면 그냥 넷플릭스로 보면 되는데. 

이 연극을 봐서 그래도 좋았던 점은... 다작을 하지 말고 수작을 만들자는 다짐을 하게 된 것. 
그 교훈 하나 얻은 것 같다. 

덧글

  • 2015/10/20 07:44 # 비공개

    비공개 덧글입니다.
  • 2015/10/20 12:53 # 비공개

    비공개 답글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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